한민일보 서울포커스 차재만 기자 |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언어학과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조지은 교수가 지난 25일 양평군 서종면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에서 ‘나의 글쓰기와 영국에서 본 한류’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조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로 옥스퍼드영어사전의 한국어 상담사이며 한류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조지은 교수 문학교실’은 한국문학관협회 ‘2025 지역 문학관 특성화 프로그램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매주 목요일에 열리는 한국 문화 예술계 저명인사 초청 강연 프로그램인 ‘2025 소나기마을 문학교실’과 공동 주관으로 마련됐다.
강연에 앞서 피아니스트 문아람 씨가 환영 연주로 ‘내 영혼 바람 되어’, ‘등대지기’, 아리랑 랩소디‘ 3곡을 연주했다. 어린 시절부터 조 교수가 좋아했던 가곡과 아름다운 가사의 동요, 그리고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아리랑으로 강연의 시작을 경쾌하게 열었다.
조 교수는 24년간 영국에서 살면서 항상 떠오르는 엄마의 밥상, 아버지의 남겨진 글들이 자신의 학업과 문학의 시작점이라고 밝히며, 음식을 통해 느끼는 행복은 자신의 영혼에 자양분이 되며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밥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밥은 국에도 말아지고 여러 반찬과도 어울림이 있다. 따로 먹는 서양의 빵과는 다르다”며, 본인에게 밥이 주는 기억과 의미가 특별하다고 소회했다.
언어학자인 조 교수는 한국의 언어는 촘촘한 관계망과 다양한 감정망을 가진 언어라고 했다. 2021년과 2025년 영국옥스퍼드영어사전에 등록된 오빠, 언니, 형, 막내 같은 호칭어가 그런 관계성을 보여주는 단어다. 이와 같은 33개의 한국어 등재는 오로지 조 교수의 공로였다. 예전에는 한국적인 단어를 외국으로 번역할 때 모두 빼거나 영어식으로 번역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말 그대로 번역하게 됐다며, 뜨거운 한류 인기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이어갔다.
조 교수는 최근 영국과 유럽에서 형성된 한류가 슈퍼 팬덤을 중심으로 활발하다며, 영국 MZ 세대에게 한국어는 ‘판타지’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영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인구가 3배로 늘었고, BTS 멤버 진의 영국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한국어를 알아듣고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유럽의 MZ 세대는 한국을 방문해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어를 말하고 싶어 하며, 이들이 중년이 되는 10~15년 후면 한국어가 영어에 버금가는 세계 언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나기마을 김종회 촌장과 함께한 토크쇼에서 조 교수는 아이를 키울 때 2년간 집에 카메라를 설치해 두 가지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과정을 연구했다고 고백했다. 아이들이 외국어를 배울 때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두 언어를 섞어가며 물 흐르듯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점을 묻는 질문에 ‘책 읽기’를 꼽으며, 가끔 긴 시간 읽어주는 것보다 매일 10분씩 꾸준히 읽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본인도 자기 전 딸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고 덧붙여 청중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조지은 교수의 강연은 서종면의 리코더 모임인 ‘양평 리코더 앙상블’ 단원들의 아름다운 연주곡 ‘에델바이스’,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로 마무리됐다. 이날 강연에는 지역 주민, 문인, 독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황순원 탄생 110주년 기념으로 특별기획한 ‘2025 소나기마을 문학교실’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에서 열린다. 향후 이수정 재미 작가, 김진명 소설가, 고려대 시인이자 예술원 회원인 최동호 교수, 김민식 전 MBC PD, 소나기마을 홍보대사 강성진·이현영 부부 콘서트, 개그맨 김종석 방송인의 강연 등이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