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일보 서울포커스 국용호 기자 | 서울 은평병원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시민이 없도록, 꾸준한 기부로 이어져 온 ‘단팥죽 할머니’의 뜻을 이어받아 의료취약계층 치료지원을 확대한다.
故 김은숙 씨(종로구 삼청동 단팥죽집 운영)는 “경제적으로 힘들어 우리처럼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18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를 통해 은평병원에 지정 기부를 이어왔다. 2024년 5천만 원을 추가로 기부하면서 지금까지 총 6억 원을 전달했으며, 이 기부금은 치료비 부담으로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의료취약계층의 치료 지원에 쓰이고 있다.
은평병원은 지난 6년간 모인 기부금 6억으로 총 299명의 환자에게 정신건강 진료를 제공했으며, 9월부터 가정의학과·내과·신경과 등 신체건강 진료과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은평병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만성 신체질환 위험이 높은 정신질환 환자뿐만 아니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시민 모두에게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을 함께 지원해 종합적인 건강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은평병원은 더 많은 환자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그동안 중위소득 100% 이하까지만 지원되던 소득 기준을 9월부터는 120%까지 확대 적용하여 대상 폭을 넓힌다. 이에 따라 기존에 지원을 받지 못했던 일부 저소득층 환자도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정신질환 치료 후 지역사회에서의 꾸준한 회복을 돕기 위해, 주간재활시설·주거지원시설 등 정신재활시설 이용 비용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해 치료의 연속성을 보장한다. 은평병원은 이를 통해 치료가 단순히 입원과 퇴원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속에서 안정적으로 이어지도록 뒷받침할 예정이다.
외국인 환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된다. 은평병원은 지난 ’09년부터 ‘다문화정신건강클리닉’을 운영하며 외국인의 정신건강 치료를 지원해왔는데, 앞으로는 신체건강 진료과에서도 치료비 지원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국적이나 건강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치료가 필요할 때 심사를 거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등록사실증명이나 국내거소사실증명 등 체류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면 병원 사회복지사 상담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최종 지원 여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심의를 통해 결정된다. 이번 제도 확대로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근로자 등 그동안 의료 사각지대에 있던 이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은평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실을 통해 자세한 지원 내용과 제출 서류 및 심의 과정 등을 상담받을 수 있다. 지원 여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심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박유미 서울시 은평병원장은 “은평병원은 기부자의 숭고한 뜻을 이어받아, 소득과 국적을 초월해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공공병원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은진아 서울시 공공의료과장은 “서울시는 모든 시민이 형평성 있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번 기부를 통한 취약계층 진료지원 확대는 의료 사각지대 해소와 시민 건강안전망 강화를 위한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