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일보 서울포커스 김봉순 기자 | 서울 성북구 돈암1동 주민센터가 청각장애와 치매로 일상생활이 불가해진 독거 어르신A씨(81세)를 포기하지 않고 설득한 끝에,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의료·돌봄·정서지원을 아우르는 통합사례관리를 거쳐 안전한 일상을 선사했다.
A씨는 가족의 부재 속에서 치매가 진행되면서 스스로 식사와 위생관리가 불가능해졌다. 집안에는 부패한 음식물과 쓰레기가 쌓여 감염 및 안전사고 위험이 높았지만 청각장애로 인해 위급 상황에서도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웠다. 사실상 돌봄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지난 2월 복지대상자 모니터링에서 위험 징후를 발견한 돈암1동 주민센터에서는 즉시 긴급 사례회의를 열고 민·관이 참여하는 통합 안전망을 가동했다.
우선 △돌봄SOS서비스를 통해 청각장애 신호장치 설치하고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의 저소득 어르신 무료급식 밑반찬 배달, △(사)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 배달, △성북구 도시관리공단의 아름다운 빨래방 등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하여 일상 회복을 체계적으로 도왔다. 동시에 병원 진료 동행으로 치매·당뇨·디스크를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했으며, △장기요양등급 직권 신청을 통해 지속적인 돌봄 기반을 마련했다.
가장 큰 난관은 열악한 주거환경이었다. A씨는 “내 집은 내가 치우겠다.”라며 청소를 완강히 거부했지만 동주민센터는 포기하지 않고 수차례 문을 두드리며 신뢰를 쌓았고, 5개월간의 설득 끝에 지난 7월 17일 청소·방역을 마쳤다. 이후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의 지원과 △서울형 긴급복지 지원으로 오염된 가전·가구를 교체했으며, 오는 9월에는 △성북구 자원봉사센터 집수리 봉사로 도배·장판이 새롭게 교체될 예정이다.
정리된 집을 바라보던 A씨는 “치우니까 어때요?”라는 질문에 직접 글로 “좋은니다.” 라고 적으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녀 같아, 고맙다.”라고 말했다. 그 짧은 말속에는 다시 시작되는 안도와 감사가 묻어났다. 이제야 A씨는 안전한 주거와 돌봄 체계를 갖춘일상을 다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성북구청장은 “이번 사례는 치매·장애·고립이라는 복합 위기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을 민·관이 함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회안전망 안으로 품어낸 성북형 복지의 성과다. 앞으로도 고위험 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맞춤 돌봄을 강화해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를 실현하겠다.”라고 말했다.
돈암1동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A씨의 일상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도록 정기적으로 살피는 한편, 유사한 위기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촘촘한 안전망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