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일보 서울포커스 임경복 기자 | 제주특별자치도는 한국지방자치법학회와 지난 24일 제주 글로스터 호텔에서‘지방자치 발전과 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공법적 과제’를 주제로 공동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광역화, 통합 위주의 행정체제 개편의 방향성에 대한 쟁점과 자치단체 설치 주민 투표 요구 권한이 장관에게만 주어진 점, 특별자치도 특례가 부여될 수 있는 특수성의 조건에 대한 공법상 쟁점 사항에 대해 심층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세미나에 앞서 지방자치법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홍정선 지방자치법학회 명예회장은 지방자치 영역의 법치주의․ 법치행정 실현의 중요성에 대해 강연했고 이어 강민철 제주특별자치도 기초자치단체설치단장은“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지방자치 선도모델 실현”을 주제로 특별발표를 통해, 제주가 20여 년간 운영해온 전국 유일의 단층제 행정체제를 도민의 뜻에 따라 중층제로 전환하는 행정체제 개편의 일련의 과정을 설명했다.
또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는 도민 공론화와 숙의 과정을 거쳐 마련됐으며, 분산을 통한 균형 발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타당성 있음을 강조하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가 지방자치 및 특별자치 발전에 기여하는 모델을 제시하는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1세션에서 이혜진 교수(경국대학교)는‘지방행정체제 개편 방향성에 대한 비판적 고찰’주제로한 발표에서“한국의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여전히 물리적 통합과 구조 개편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일본은 기능적 연계와 지역 자율성 확보를 통해 다양하고 유연한 연계 모델을 추진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단순한 물리적 통합 중심의 개편보다는 각 지역의 실정에 맞는 주도적이고 자율적으로 행정서비스를 선택하고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발표했다.
1세션 토론자로 나선 이관행 연구위원(강원대학교 비교법학연구소)은 “현재 행정체제 개편은 효율성을 강조한 흡수통합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지방행정체제 개편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역주민들 위한 행정서비스를 확보하는 것이기에, 이제는 해당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행정체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창민 연구위원(제주연구원)은“제주의 단층제는 기초간 수평적 통합이 아닌 기초를 폐지하고 광역자치단체로의 수직적 통합 성격을 띠고 있어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가 자기완결성의 기반한 기초사무의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하며, “사무의 자기 완결성, 보충성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은 기초자치단체 설치가 유일한 대안”이다 라고 말했다.
2세션에서는 방동희 교수(연세대학교)가“행정체제 개편과 주민투표제의 공법상 쟁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방동희 교수는“행정체제 개편에 있어서 주민투표는 중앙행정기관의 정책집행을 담보하는 수단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과 주민의 복리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제주의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한 주민투표 절차를 행정안전부 장관의 권한으로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주민투표실시 요청 절차에 대해서는 중앙행정기관과 해당 지방자치단체간의 사전합의 등 임의적 절차로 전환하여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상태 교수(순천향대학교)는“제주의 행정체제 개편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며“주민투표제도는 이러한 주민참여를 보장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일 교수(경북대학교)는“현행법상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중요하다고 판단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주민투표 실시 여부가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요구에 종속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라며“이는 지방자치단체의 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국가는 지방자치단체의 자기 결정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윤원수 연구위원(제주연구원)은 “행정체제 개편은 주민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주민투표는 실질적인 주민주권을 구현하는 실행 장치로 기능해야 하며, 이를 위한 법적·정치적 설계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3세션에서는 최환용 선임연구위원(한국법제연구원)이“행정체제와 사무특례간의 공법상 쟁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환용 연구위원은 발표를 통해서“지방자치단체의 종류를 중층제로 둔 취지는 행정사무의 체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지방행정체제 개편 과정에서 주민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보완하고 관할 구역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특례가 부여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제주에는 여전히 행정의 특수성이 존재하며, 제주에서 새로운 유형의 사무 배분 기준을 제시하고 관할 구역의 분산을 통해 주민의 자치권을 확대·보장하려는 시도 역시 이러한 특수성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 전훈 교수(경북대학교)는“제주는 섬으로써 특별한 자연환경 및 국방, 경제, 문화, 생태적 특수성에 대한 차별성이 인정되어 특례를 부여받은 것”이라며“ 이러한 특례를 보장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친 행정서비스 체계의 변화를 통해 주민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주민복리를 실현하고자 하는것은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수연 교수(제주대학교)는“지방행정체제의 특수성은 단순히 계층 구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라며“특별자치도의 설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특례를 부여함으로써, 특별자치도가 그 목적에 맞게 적절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층제로 전환된다고 해서 모든 특례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특별자치도 제도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순서로 열린 종합토론에서는 각 주제의 쟁점 사항을 되짚어보며 지속 가능한 지방 행정체제 개편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종합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옥무석 명예교수(이화여자대학교)는 “제주는 단층제 행정체제 아래 1개의 광역자치단체와 2개의 행정시로 운영해 왔다”라며“이러한 구조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온전히 실현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중층제 전환을 중심으로 한 개편 요구가 도민의 뜻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온 만큼, 이번 학술대회의 논의가 제주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박노수 교수(서울시립대)는 “제주의 성공적인 행정체제 개편을 위해서는 행정체제 개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확산, 안정적인 재정 확보 방안, 특별법 개정 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등이 종합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하면서도 “제주는 이미 이러한 과제들에 철저히 대비해 온 만큼, 제주의 특수성을 반영한 최적의 개편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부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민철 단장은“이번 공동학술세미나는 지역주도의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지속 가능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공법상 해법을 함께 고민하는 뜻깊은 계기가 됐다”라고 소회를 밝히며“앞으로 이러한 논의들이 지방자치의 지속적인 발전에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제주도가 그 중심에 서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통해 지방자치 발전모델을 실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