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일보 서울포커스 김윤이 기자 |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이 주관하는 2025 정책난장 ‘와글와글 실학’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와글와글 실학’은 시대의 고민을 실학의 정신으로 풀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행사로, 3가지 주제의 포럼과 문화공연으로 기획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공직가치·스타트업·기후변화 등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는 세 가지 주제를 다루었으며, 김태희 다산연구소 이사장, 강금실 경기도 기후대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6월 4일부터 6월 5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행사에는 200여 명이 참여했다. 특히 기후변화와 실학 포럼에는 경기도민 등 100여 명이 참여하는 등 큰 관심을 얻었다.
▶ 『목민심서』 정신으로 공직사회의 미래를 말하다 - ‘공직가치와 실학 포럼’
6월 4일 오전에 진행된 ‘공직가치와 실학 포럼’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담긴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하고, 오늘날 공직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함께 모색하기 위한 행사였다. 이번 포럼은 실학의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공직사회의 현실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미래상을 고민하기 위한 자리로, 학계와 행정 실무 전문가들이 참여해 공직 가치의 회복과 제도 개선을 위한 실천적 해법을 제시했다. 총 4개의 주제 발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먼저 김태희(다산연구소 이사장)는 ‘공직자와 봉공(奉公) 의식’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공(公)’ 개념의 역사적 의미와 조선 실학자들의 공적 권력에 대한 인식을 설명하고, 『목민심서』에서 제시한 봉공(奉公)의 정신을 오늘날 민주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살폈다. 특히 역사적으로 공공성의 저하는 국가 운영의 실패로 귀결됐음을 밝히고, 공적 이익과 가치에 대한 공직자의 각성과 분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으로 장보웅(수원시 사무관)은 ‘공직사회 리더십과 실천사례’ 발표를 통해 공직가치의 개념을 정리하고 현대 공직 리더십에 이를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현장 사례를 발표했다. 특히 직원·팀장·과장 등 조직 내 다양한 역할에서 발현되는 리더쉽의 유형을 정리하고 공직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윤리적, 변혁적, 가치기반형 리더쉽의 방향을 제시했다.
세번째로 헌법학자인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적극행정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헌법 제7조 1항의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규정을 토대로, 적극 행정의 법률적 기반과 제도적 조건을 설명했다. 이어서 적극 행정의 성공과 실패 사례 분석 제시했다. 이종수는 현재까지 적극 행정은 불합리한 행정 규제 개혁을 중심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하고 최근들어 주목되고 있는 ‘급부 행정’의 개념을 통해 복지국가에 걸맞는 국민의 신뢰 회복과 행정의 질적 향상의 방향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중앙부처 사무관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노한동은 ‘공직사회의 문제상황과 원인, 해결방안’을 주제로 MZ세대 공직자들 66.3%가 이직을 희망하는 통계를 바탕으로 공직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했다. 단적으로 개인의 발전은 어렵고 조직은 현상만 유지하는 관행 아래 순환보직 제도의 비효율성과 분권화의 필요성 등 공직사회의 시스템 개혁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조직 내 역할 인식과 효능감을 중시하는 세대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 개선책을 모색했다.
공직가치와 실학 포럼은 실학이라는 사유의 전통을 통해 공직사회의 본질을 성찰하고, 공공성과 봉사의 가치를 되새기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김필국 실학박물관 관장은 “공직사회의 미래는 국민을 향한 봉공의 자세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이번 논의가 공직문화의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자연과 공존하는 창업의 길 - ‘스타트업과 실학 포럼’
6월 4일 오후에 진행된 ‘스타트업과 실학’은 자연과의 공존, 지역성과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하는 창업 사례를 보면서 사회적 가치 실현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찾아본 자리였다. 특히 관광, 업사이클링, 기후농업, 예술창업, 경기도의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창업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고, 이를 통해 21세기에 적합한 창업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총 5개의 주제 발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파주 민간인통제구역의 최초 숲문화복합공간인 DMZ숲을 운영하는 임미려 대표는 ‘숲을 지키는 창업’으로 안보관광과 생태관광을 결합한 새로운 관광모델을 보여 준다. 대표는 전쟁과 분단의 증거인 DMZ를 보며 다들 제약과 불가능을 언급할 때 희망과 기회를 말하며 개발과 훼손이 아닌 보전,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는 숲창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사단법인 트루 박준성 사무총장은 ‘플라스틱 장난감이 더 이상 쓰레기가 되지 않는 세상’으로 업사이클링 분야의 창업 방향을 제시했다. 동 법인은 쓸모 없어진 플라스틱 장난감의 가치를 높이는 과정을 사업화했다. 현재 국내 유일의 재생 플라스틱 판재 양산형 시트 프레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GS건설 안전모 업사이클 등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변화하는 기후환경을 활용하는 창업’ 주제 발표를 맡은 농업회사법인 공심채 홍창욱 대표는 최근 농업분야의 도전적 이슈에 대한 돌파구를 찾아나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에 따른 농작물의 품질 저하, 인건비 상승, 인력난 등의 문제에 대해 6차 산업화(장기체험 농장, 농식품 창업) 허브 등 신품종 도입, 결혼이주여성들의 SNS 활용 등으로 해법을 찾아, 기후변화에 대처하면서 새로운 농업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뒤이어 그레잇테이블(great.able)의 오승희 대표는 ‘지역, 자연과 공존하는 예술창업–그레잇테이블 사례’ 발표로 문화콘텐츠와 사업의 신선한 교차점을 보여 준다. 21세기 스타트업의 주요 키워드로 꼽히는 로컬, 문화, 콘텐츠, 체험, 플랫폼 등을 모두 담은 사업체로, 농부-예술사-요리사의 협의체를 통해 농장문화체험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성장도약팀 정홍미 과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경기도의 사회적경제창업 및 성장지원’이라는 발표로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경기도 사회적경제 4대 비전 및 미션을 소개하고 사회적경제 성장패키지 및 도약패키지 등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창업패키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시간을 가졌다.
스타트업 포럼은 ‘현실의 문제해결’ 관점에서 사회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조선 실학의 정신을 살려, 21세기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사회문제를 이해하고 개선책을 비즈니스와 연결할 수 있을지에 같이 고민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 학술과 예술의 만남 – 기후변화와 실학 포럼 ‘왓데이(What day)’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열린 ‘기후변화와 실학 포럼’은 환경 기념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사라진 생명들을 기억하며, 멸종위기종과의 공존을 다짐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지구 생태계와 인류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연구·교육·예술의 영역에서 실천하는 지식공동체 재단법인 지구와사람, 그리고 지구와사람의 문화예술플랫폼 지구아이가 협력했다.
행사는 강금실 경기도 기후대사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실학의 정신’ 기조 강연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공우석 기후변화생태계연구소장과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기후위기와 실학, 지구법학,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짚으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실천적 방안을 제시했다.
학술 강연 뒤에는 창작 음악극 ‘왓데이(What day)’가 무대에 올랐다.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대표와 서해 녹색연합 활동가 등 청년 기후활동가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제작된 공연은, 인간 중심적인 환경의 날을 넘어 비인간 존재들과 공존하는 세상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나는 이미 멸종됐습니다’, ‘이 기념일은 누구를 위한 날인가’라는 물음을 통해 진정한 공존의 의미를 감각적으로 전했다. 특히 이 공연은 음악과 연극이라는 예술 형식을 통해 '바이오크라시(Biocracy)‘*, 즉 미래 세대와 비인간 생명까지 아우르는 다원적이고 평등한 공동체라는 개념을 감성적으로 실현했다.
* 바이오크라시(Biocracy) : 생명민주주의, 생명 공동체 체제. 생명(Bio)과 민주주의(Democracy)의 합성어로, 인간만이 아닌 비인간 존재와 미래 세대까지 평등하게 존중하고,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회 원리
공연은 왓데이밴드(소리꾼 송현주, 첼로 이서연, 관악 오초롱, 건반 김민지, 장구 김솔지)의 신곡 ‘작은 숨결’, 남도민요 ‘강상풍월’, 신형원의 ‘터’ 리메이크 무대로 인간과 생명 공동체의 깊은 관계를 음악의 선율로 표현해 감동을 더했으며, 지구아이 강영덕 대표와 김솔지 연출이 공동 연출을 맡고, 배우 이건희와 오동석이 출연해 완성도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킹파티 지구촌잔치 '실학마을'이 열려 참가자들은 행사 참여 소감을 나누고, 기후위기 대응과 공존의 가치에 대해 자유롭게 소통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김필국 실학박물관장은 “실학은 늘 현실을 고민하고, 사람을 살피고, 해법을 찾아온 학문”이라며 “실학박물관은 앞으로도 실학의 가치를 더 많은 시민과 함께 배우고, 나누고,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와 실학박물관은 앞으로도 경기도 실학 유관기관 교류 협력사업, 광복 80주년 기념 학술대회, 어린이·청소년 및 청년 대상 교육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 경기실학 진흥 및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