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일보 서울포커스 임경복 기자 | 그야말로 물의 도시, 춘천의 도심이 물에 흠뻑 젖었다.
세계 3대 마임축제 중 하나인 2025 춘천마임축제가 막을 올렸다. 25일 오후 1시 춘천 중앙로에서 열린 개막난장 '아!水라장'을 시작으로 8일간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이날 개막행사는 중앙로터리부터 강원일보사까지 약 1㎞ 구간에서 3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차 없는 도로에서 시민·예술가·마임이스트가 한데 어우러져 물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시민이 주인공인 '아!水라장', 춘천의 중심이 거대한 놀이터로
"아스팔트 도로를 컬러로 적시다“, 물놀이 ”해방하는 몸"을 외치며 시작된 개막난장은 ‘시민 참여형’ 축제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중앙로터리부터 강원일보사까지 이어진 도심 한복판이 거대한 물놀이터로 변신하며,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수많은 시민이 어우러지는 장관을 연출했다.
한국마임협의회의 공연 ‘싱크로나이즈드 마임수영단’이 거리에서 펼쳐져 도심 속 시원한 퍼포먼스를 뽐냈고, 일본의 마임이스트 메리코의 ‘아채장수 오시치’는 강렬하고 섬세한 아크로바틱 공연으로 시선을 모았다.
Under Water ‘유영하는 몸’을 주제로 한 주제공연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퍼포먼스에 참여하며 예술가와 관객의 구분이 사라지는 순간들이 연출됐다. 내재한 사람들의 마음과 욕망이 물을 매개로 자유로운 감정과 몸짓으로 드러남을 표현한 공연이었다. 이에 시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일탈’과 '해방'을 표현하며 진정한 의미의 '축제의 도시'를 완성해냈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모든 시민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예술로 하나되는 축제가 바로 춘천에서 열린다”며, “도시의 자연과 문화, 시민의 몸짓이 어우러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특별한 8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빈 모두가 개막선언을 했다.
개막선언 후에는 하드록밴드 직시의 로큰롤 파티가 이어져 쏟아지는 물줄기 속에 자유를 만끽하며 에너지를 발산했다. 물총과 양동이와 고무호스를 통해 시민들은 도심을 거대한 물놀이장으로 변신시켰다. 자녀가 쏘는 물총에 얼굴을 찡그리는 부모, 페이스페인팅을 한 2030세대, 카메라를 든 외국인 등 참여자들의 열기가 절정에 달하며 성공적인 개막을 알렸다. 그야말로 춘천의 도심이 물로 가득찼다. 특히 춘천마임축제 공식 음료인 ‘마임맥주’는 춘천의 로컬기업인 감자아일랜드와 협업하여 만든 기획상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시민과 예술가가 하나 되는 춘천만의 축제 문화
춘천마임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참여형 축제라는 점이다. 시민들로 이루어진 자원봉사자 “깨비짱”이 축제 기획부터 진행까지 함께 참여했다.
특히 물을 테마로 한 개막행사는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참여 없이는 불가능한 프로그램이었다. 준비된 시나리오보다는 현장에서 시민들이 만들어내는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표현들이 축제의 진정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는 춘천마임축제가 36년간 추구해 온 '시민은 관객이 아닌 참여자'라는 철학이 구현된 것이었다.
36년 전통의 세계적 문화축제, 새로운 도약
춘천마임축제는 1989년 제1회 한국마임페스티벌로 시작되어 프랑스 미모스 축제, 영국 런던마임축제와 함께 세계 3대 마임축제로 인정받는 국제적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12만 명의 관람객이 찾고 10여 개국의 마임 단체들이 참가하는 글로벌 축제로 성장해왔다.
춘천마임축제의 진정한 저력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축제'라는 점에 있다. 개막난장 ‘아!水라장’은 마임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시민들이 축제의 공동 창작자인 축제의 의의를 가장 잘 보여주었다.
한편 ‘몸풍경-꽃인 듯 강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을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마임축제는 내달 1일까지 커먼즈필드 춘천, 석사천 산책로, 레고랜드 코리아 주차장 등 춘천시 전역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