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1970년대 미국으로 반출됐던 조선 후기 문집 책판 3권 돌아온다

  • 등록 2026.02.09 12: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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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공동으로 ‘도난 ‧ 분실 문화유산의 과거 국외 반출 사례’ 추가 조사

 

한민일보 서울포커스 박용남 기자 |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함께 2월 8일 오후 3시(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소재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 제작된 ‘조선 후기 주요 인물 문집 책판 3점’(척암선생문집 책판, 송자대전 책판, 번암집 책판/ 각 1점)을 미국인과 재미동포 소장자로부터 각각 기증받았다.

이번에 기증되는 유물들은 1970년대 초 한국에서 근무했던 미국인들이 기념품으로 구입해 미국으로 가져갔던 책판들로, 당시 국내에서 도난 혹은 분실된 책판들 중 일부가 기념품으로 둔갑한 뒤 외국인들에게 판매되어 해외로 반출된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1970년대 문화유산 국외 반출의 실태와 양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번에 기증받은『척암선생문집』 책판(1917년 판각)은 을미의병(1895) 당시 안동지역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김도화(1825~1912) 선생의 문집 책판으로, 당초 1,000여 점이 있었으나 2015년 '한국의 유교책판'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19점이 일괄 등재된 상태다. 이후 2019년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으로 독일 경매에서 재단이 1점을 구입해 한국국학진흥원에 기증했으며, 이번에 해당 책판과 동일한 책판을 추가로 기증받게 됐다.

기증받은 책판은 1970년대 초 미국 연방기구인 국제개발처(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USAID’) 한국지부에 근무하던 미국인 애런 고든(Alan Gordon, 1933~2011)이 한국 내 골동상으로부터 구입한 뒤, 미국으로 가지고 온 것이다.

2011년 애런 고든이 사망하자, 그의 부인 탐라 고든(Tamra Gordon)이 보관하다 2025년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 기증 문의를 하던 중 재단 미국사무소에 인계되어 이번에 기증 반환됐다.

『송자대전』 책판(1926년 판각)은 조선 후기 유학자 우암 송시열(1607~1689)의 문집과 연보 등을 모아 만든 것으로, 1787년 첫 간행됐다. 1907년 일본군에 의해 책판이 전량 소실됐다가 1926년 송시열의 후손과 유림들이 복각했다. 현재 복각한 책판 11,023점은 1989년 대전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상태다.

미국인 소장자 애런 고든이 앞서 『척암선생문집』 책판과 함께 한국 내 골동상으로부터 구입해 미국으로 가지고 와 여동생인 앨리시아 고든(미국 웨스트 버지니아 거주)에게 선물한 것으로, 『척암선생문집』과 함께 반환됐다.

한편 『번암집』 책판(1824년 판각)은 조선 후기 문신관료이자 영조와 정조시기 국정을 함께 이끈 핵심인물이었던 번암 채제공(1720~1799)의 문집 책판으로, 전체 1,159점 가운데 358점만 현존하고 있으며, 『척암선생문집』 책판과 함께 2015년 '한국의 유교책판'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일괄 등재된 상태다. 이 책판 역시 1970년대 초 한국에서 근무했던 한 미국인이 한국 골동상으로부터 구입한 뒤 미국으로 가지고 와 재미동포 김은혜 씨(미국 버지니아주 거주) 가족에게 선물한 것인데, 소장자 김은혜 씨는 이 사실을 파악한 재단 미국사무소 측의 기증 제안을 받고 흔쾌히 수락하여 이번에 함께 기증하게 됐다.

국가유산청과 재단은 이번 기증 과정에서 과거에 문화유산을 전통문화상품으로 둔갑하여 국외로 반출된 사례들을 확인한 만큼,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국내외의 관계기관과 협력해 미국 내 추가 사례를 발굴하고 자진 반환을 유도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2월 9일 오전 11시 30분에 강경화 주미대사와 함께 주 미국 대한민국대사관 영사부 건물(2320 Massachusetts Ave NW, Washington, DC 20008)에 ‘대한민국 최초 대사관’ 기념동판을 부착할 예정이다.

현재 주미대사관 영사부 건물은 대한민국 정부가 1949년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 대사관을 설치한 역사적인 장소로, 정부 수립 이후 미국 현지에서 ‘대한민국 정부 승인’, ‘각종 국제기구 가입’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외교적 기틀을 마련한 곳이자, 1950년 6.25 전쟁을 맞아 유엔군 참전을 이끌어내는 데 크게 기여한 ‘구국외교’의 역사적 현장이다.

이곳은 장면 초대 대사(재임기간: 1949~1951)부터 제8대 김동조 대사(재임기간: 1967~1973)에 이르기까지 역대 주미대사들의 집무공간이자, 현재 대한민국 외교공관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사용되고 있는 곳이다. 국외 문화유산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기념동판 부착은 주미대한제국공사관(2021), 주영대한제국공사관(2023)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기념동판 제막을 통해 주미대사관 영사부 건물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전 세계의 방문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앞으로도 해외에 소재한 우리 문화유산의 환수, 보존, 활용을 위하여 세계 곳곳에서의 협력망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박용남 기자 yongnam58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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