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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상진 건국대학교 정외과 겸임교수내가 살아 온 광진, 나의 후대들이 살아 갈 광진을 위한 포효

김상진 건국대학교 정외과 겸임 교수가 본지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터뷰 대상은 기자, 데스크, 편집회의 등 3단계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분들이 대상에 오르지만, 업적의 성과 못지않게 인간적 평판도 중요한 잣대가 된다.

김교수의 정치인생은 소장파 정치인으로선 스펙이 출중하다. 국회 입법보좌관, 청와대 행정관, 국회정책연구위원, 국정원 사무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부의장 등의 중추역할을 거쳐 마침내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에 도전을 공식화 했다. 지금까지의 경륜이 말해주듯 그는 소속 정당이나 정치의 위기나 변곡점을 맞았을 때 국민과 정치권의 부름을 받았다. 그가 열린 마음과 균형 감각을 갖춘 대표적 공인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지난 17일 그의 사무실에서 2시간에 걸쳐 진행됐고 부족한 부분은 전화와 이메일로 보충했다.

Q 최근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정부’라고 불릴 정도로 청와대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고 있고, 상대적으로 여당과 국회는 존재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치행위나 권력행사, 국정운영이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은 민주주의 관점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니지만, 대통령중심제, 대통령책임제, 심지어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불리는 체제에서는 모든 정치행위와 권력행사의 책임을 대통령이 져야 하고, 그래서 대통령 중심으로 굴러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1987년 현재의 헌법이 생길 때만 해도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직접 뽑는 것을 민주화의 첩경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성립된 게 현 체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는 문고리 3인방이나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기 쉽다. 그래서 그런 적폐를 청산하자고 1700만 국민이 촛불을 들고 나왔고 헌법적 절차에 따라 탄핵이 이뤄져 문재인 정부가 등장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현 정부에 대해서도 권력의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점은 고려해야 한다. 이제 문 대통령의 임기 5년 중 2년 반 정도가 지났다. 지금까지의 기간은 일종의 창업기다. 특히 혁명 이후에 온 창업기에는 효율성을 극대화해 적폐청산을 전광석화처럼 해내야 한다. 어느 정권이든 이때를 놓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 직후 적폐청산을 앞세워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민의 지지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텐데 70%대의 지지율이 뒷받침을 하니까 상당한 성과를 냈다. 따라서 지금까지 국정운영을 잘못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평가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그래서 국회의 역할을 주장하는 것이다. 국회가 지금까지 이룩한 적폐청산의 결과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그 역할을 못 하면 적폐청산이 단순한 인적청산으로 인식되고 국민은 피로를 느낀다. 그러면 개혁과 혁신의 동력을 잃게 된다. 따라서 지금은 다시 한 번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시기다. 청와대, 정부, 국회, 여당, 야당이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 국회가 적폐청산을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이제 대통령이 국회의 역할을 인정하고 뒷받침해줘야 한다. 그게 바로 협치고, 내가 협치를 강조하는 이유다. 협치라는 게 정당 간, 정치세력 간에도 필요하지만 헌법기관 간의 협치가 중요하다. 청와대는 청와대의 몫이 있고 국회는 국회의 몫이, 여당과 야당도 각각의 몫이 있다. 모두가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Q 문재인 정부는 촛불집회로 탄생한 정부이기도 하지만 시대사적으로도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세계사적으로나 민족사적으로 대한민국은 격변기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나는 이런 상황을 시대정신이라고 보는데 그 한 축이 촛불혁명이고, 다른 한 축이 한반도 평화다. 사실 이 두 가지 모두 1년 반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한 것이다. 촛불혁명은 헌법적 질서에 따라 평화적으로 정권을 퇴진시킨,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정권 퇴진의 세계적인 모범 케이스다. 촛불혁명은 국민이 주인이고 주인답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국민의 의지에 따라 오직 촛불 하나로 정권 퇴진을 위한 헌법적 절차를 이끌어 냈다. 피 한 방울, 쓰레기 한 개 남기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마찬가지다. 2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등 천지개벽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 민족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 우리 정치구도를 4당 체제, 여소야대의 체제로 만들었다. 그러니 협치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Q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운영 과정에서 지나치게 촛불민심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있다. 제도화되지 않은 광장민주주의는 전체주의나 포퓰리즘으로 연결될 우려도 있다.

“서두에서 얘기했지만 아직은 창업의 시대고 청산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제는 예령을 울릴 때가 됐다. 역대 대통령이 그랬듯이 임기 3년 차에 들어서면 레임덕이 시작되고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그래서 향후 총선까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촛불민심을 제도화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문 대통령이‘국민의 뜻에 맞는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데, 그 자체가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이 ‘국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 민주주의의 제도화가 바로 국회다. 어떤 정부가 권위주의적인지는 국회를 어떻게 다루냐를 보면 알 수 있다. 국회가 활성화돼 모든 걸 주도하면 법도 살고 정치도 살고 민주주의의 꽃이 핀다. 그러나 국회가 무기력하거나 거수기 노릇이나 하면 민주주의는 퇴보한다. 쿠데타가 일어나면 제일 먼저 국회부터 때려 부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주의 발전사를 살펴보면 대륙법 계통에서는 체크 앤드 밸런스(Check & Balance·견제와 균형)를 제도화했고 영미법 계통에서는 룰 오브 로(Rule of Law·법치주의)를 만들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진 것이 의회주의다. 지금은 아크로폴리스에서 이뤄진 직접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투표를 통해 대표를 뽑아서 그 대표가 법을 만들고 예산안을 짜서 대통령과 행정부에 집행권한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집행을 잘못하면 사법부가 심판을 한다. 그래서 견제와 균형이 중요하다. 국회가 활성화되는 데 필수불가결한 게 집권한 사람이 국회를 인정하고 신뢰하며 존중하는 것이다. 국민도 그걸 보고 따라간다. 집권세력이 국회를 무시하면 국민도 국회를 무시한다.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데 국민이 동의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은 지금까지 다 망했다. 그러나 그 권한을 국회가 가져가는 데 대해 지금은 국민이 동의를 못 한다. 그래서 대통령은 ‘국민을 보고 가겠다’는 식의 말을 하면 안된다. ‘국민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말보다는 ‘국회가 소중하고 국회를 존중한다’고 말해야 한다. 물론 국회의원들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국회가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을 체화해야 한다.”

Q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있는데 문 대통령은 진영 논리를 앞세운 코드인사를 너무 많이 한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3대 원칙으로 인사를 했다. 적재적소, 신상필벌, 균형과 형평. 특히 지역 균형을 맞추려고 무진 애를 썼다. 또 본인이 피해자니까 본인이 용서하면 된다고 하면서 보수진영, 영남지역 인사를 많이 중용했다. 모든 정권은 초반에 코드인사를 한다. 만고불변의 원칙이다. 창업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다. 조선 시대 율곡(栗谷) 선생은 나라는 ‘창업(創業)-수성(守成)-경장(更張·확장과 혁신)’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발전한다고 임금에게 가르쳤다. 창업기에는 공신을 써야 한다. 창업의 정신을 이해하면서 동지적 연대감으로 목숨을 걸고 일할 사람을 쓸 수밖에 없다. 수성 절차에 들어가면 전문가들, 즉 관료들을 써야 한다. 국정운영의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서 매너리즘에 빠지면 경장이 필요하다. 이때는 코드에 맞는 공신과 관료를 함께 써야한다. 따라서 문 대통령도 지금은 코드에 맞는 사람을 쓸 수밖에 없다.”

Q 현시점에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의 최고 화두는 역시 소득주도 성장정책이다. 이 정책 역시 이념에 치우친 ‘코드정책’ ‘이념주도 성장정책’이란 지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아직은 창업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세팅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그런데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비판을 하면 어떡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정책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1년 뒤에도 똑같은 소리를 하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에 연말쯤에는 대통령이 기대하는 성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연말이 고비가 될 것이다. 그때쯤이면 문재인 정부도 중간결산을 안 할 수가 없다.”

Q 역대 정치지도자들이 협치를 강조했지만 제대로 이뤄진 적은 별로 없었다. 최근에도 야당은 “청와대가 진정성 있는 협치 제의도 없이 야당 흔들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협치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다행스럽게도 각 정당 지도부는 물론 이번에 새로 선출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협치에 화답하고 있다. 대통령도 협치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 일환으로 5당 원내대표 청와대 초청 오찬, 고위 당·정·청 회의가 이뤄지는 등 국회, 청와대, 여야 사이에서 전방위적인 협치 일정이 이어질 것이다. 머리를 맞대면 협치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대원칙에 맞고, 여야 간 합의만 하면 되는 일이다. 우리 정치사에도 협치 사례는 많았다. 당 대 당, 세력 대 세력 간 연대, 통합, 연정 등 여러 형식으로 이뤄졌다. 정책연합도 그중 하나다. 선거연합으로 공동 단일후보를 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경우 대원칙이 있다.

첫째,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 (국민적 합의나) 국민적 요구가 있어야 하며 말이 되는 통합만 인정받을 수 있다.

둘째, 절차적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밀실에서 하면 야합이고 망하는 길이다.

셋째, 줄탁동기(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 즉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노태우 정권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였고 여소야대 상황이었는데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을 여야가 배분하는 전례가 만들어졌다.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는 공동정부 구상에 따라 야당에 총리와 장관을 배분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박근혜 당대표에게 총리를 제안하고 정치권에 대연정을 제안했다.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할 차례다. 국회의 계절인데 국면전환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청와대가 주도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촛불혁명을 성공시킨 국민을 믿는다. 직접민주주의적 요소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국회와 대의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것이 될 수 있고 위험한 발상이다.”

Q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적폐청산과 함께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외교·안보 전문가도 한반도의 데탕트 분위기는 불가역적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보수진영에서는 비록 평화공존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문 대통령이 북한 핵 위협을 과소평가한다거나 비핵화 및 평화체제 프로세스를 지나치게 빨리 진행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물론 중국·미국·러시아·일본 등 한반도 주변 4대국을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국익에 따라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 하물며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푸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항상 긴장하고 저들 속내가 뭔지를 탐색하고 대비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이견이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안보에 관한 한 1% 예외도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앞일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기우도 경계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을 했고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역사상 첫 정상회담을 하고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 이제 그걸 없었던 일로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런데 곡절이 좀 있다고 한술 더 떠서 아예 물줄기가 꺾이길 바란다든지 당리당략에 따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든지 해선 안 된다. 여론조사 결과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에 대해 72%가 찬성한다고 나왔으니 야당도 비준해줄 것은 해주고 동시에 경계할 것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얘기해야 한다. 그게 야당의 몫이다. 여당도 야당의 문제 제기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한편으로는 그것을 북한이나 미국, 중국과의 관계에서 역이용하기도 해야 한다. 그게 국익을 위한 역할분담이다.”

Q 북한 비핵화 협상을 둘러싸고 미국이 문재인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등 한·미 공조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비핵화 문제가 여기까지 진척된 결정적인 배경은 한·미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적절히 역할분담을 했기 때문이다. 코리아 패싱 얘기가 나오는데 한·미 당국자 간에 거의 매일 통화를 하는 정부는 지금까지 없었다. 현재는 미국과 북한이 모두 문재인 정부를 신뢰하고 있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맹비난하고 3일 뒤 문 대통령이 연설을 했는데 우선 6·25전쟁 당시 민간인의 흥남철수를 유엔군이 도와 문 대통령의 부모님이 부산으로 피란을 올 수 있었고, 그래서 자신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다고 밝힌뒤 유엔 덕분에 태어나 대통령이 된 표본이라고 말했다. 유엔군의 주축이 미국이니까 이 연설을 통해 미국의 신뢰를 얻었다. 그리고 유엔은 평화의 상징이라며 유엔에서 평화를 얘기해야지 전쟁을 말해선 안 된다고 선언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보고 문 대통령을 신뢰하게 됐다. 이 연설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역사적인 명연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복덕방론’을 제기한 거다. ‘운전자’가 아니라 ‘복덕방’이 돼서 모든 공과 이익을 살 사람과 팔 사람에게 돌려주는 거다. 복덕방이 처음부터 이익을 챙기려고 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양쪽으로부터 신뢰를 얻으면 성공한다. 지금은 북한과 미국이 자신의 카드를 내놓고 흥정을 하고 있다. 양쪽 모두 거래할 생각도 있다. 이때 양쪽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 문 대통령이 중개를 잘하면 거래가 성사된다. 문 대통령의 캐릭터가 아니었으면 이런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성향이 극단적이질 않다.”

Q 그러니까 한·미 동맹 균열은 기우라는 거죠.

“한국에 대한 신뢰, 한·미 동맹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미국이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도 한·미 동맹을 기본으로 깔고 가니까 이렇게 움직일 수 있다. 당장 미국이 없으면 중국이 우리를 무시한다.”

Q 국회 정책연구위원과 청와대 행정관, 국정원 사무관 등을 지냈고, 건국대학교 정외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향후 제도권정치에 입문할 당사자로서 문 대통령에게 국정운영과 관련해 고언을 한다면.

“문 대통령은 국민을 하늘처럼 떠받든다. 그러나 ‘국민의 뜻’이라고 해도 100% 시대정신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뜻과 시대정신이 어우러질 때 대한민국은 성공할 수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뜻과 시대정신을 잘 조화시켜야한다. 그게 지도자의 역할이자 멍에다. 그걸 자나 깨나 앉
으나 서나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마지막 책임자인 걸 잊어선 안 된다.”

기자는 잠시 화제를 바꿔 대 일본과의 정국경색 현상에 대해 물었다.
김교수는 일본의 강제징용 관련 경제보복 조치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을 “한국의‘저항적 민족주의’와 일본의 ‘복고적 민족주의’의 격돌”로 진단했다. “한·일 갈등은 구조적으로 민족주의의 충돌”이라면서 “한국에서는 3·1운동부터 시작돼 올해 100년을 맞은 저항적 민족주의, 일본에선 201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취임 이후 복고적 민족주의가 나오면서 양측이 7년째 충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교수는 한·일 관계에 대해... “안보·경제 관계로 인해 좋아도 ‘상한가’가 있고, 나빠도 ‘하한가’가 있다”고 규정한 뒤 “한·일 양국 정부가 ‘타개의 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국제기반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 외교가 보다 구조적 측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아쉬워했다 .

Q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경제보복 조치를 꺼내 들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우리가 지금 신중히 대응한다고 하는데, 이 싸움을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하나는 명분싸움, 즉 외교전(戰)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물리적 충돌이다. 명분전 측면에서 보면 결국 일본의 보복조치가 국제질서 위반이냐 아니냐다. 이게 봉합되면 천만다행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한 단계 더 나가게 되면 논쟁이 본격화할 것인데, 일본은 상당히 공부하고 나온 상태다. 우리는 북핵 문제 했다가 미·중 전략 경쟁에 집중했다가 이 문제가 닥치니까 또 ‘벼락치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분 전쟁 벌이기에는 준비가 좀 더 필요하다. 게다가 현재 미·중 전략 경쟁으로 자유주의 질서 기반이 동요를 넘어 혼란 상태인 상황에서 명분 전쟁이 가능할까. 명분 전쟁은 국제 질서가 있어야 가능한데, 이게 지금 흔들리고 있다.”

Q 그동안 국제 질서 유지자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질서를 흔들고 있다.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안보 목적으로 경제를 활용한다는 건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것이며, 동아시아에서 중국 외에 그런 행동을 하는 나라는 없었다. 그런데 미국이 지난해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근거로 철강·알루미늄 수입규제를 한국에도 들이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조치는 국내법에 근거한 것인데,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 않고 미국에 엄청난 로비를 했다. 근데 미국 조치는 WTO 위반이다. 그런데 우리가 일본에 대해서만 WTO위반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나. 현재 국면에선 이 문제로 명분 전쟁을 펼치기 어렵다.

두번째로 우리가 싸울 수 있느냐다. 국내총생산(GDP)이 19조 달러인 미국과 14조 달러의 중국이 맞붙는데도 중국이 지금 질질 끌려가고 있다. 일본은 지금 GDP가 5조 달러이고, 우리는 1조6000억 달러로 일본의 3분의 1도 안 된다. 미국이 중재하지 않는 것은 이게 명분 싸움이 아니라고 보
는 것으로, 우리가 지금 명분으로 친구를 얻을 수 없는 상태에서 일본과 일대일로 붙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 자유 대한민국의 자존이 걸린 문제다. 호락호락하게 당할 수만은 없다. 우린 일본을 상대로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Q 우리가 강제징용 등에서 일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나.

“우리가 일본에는 또 항복하지는 않는다. 죽을 때까지 싸운다. 아베 총리도 알아야 한다. 일본이 그렇게 팬다고 해도 한국은 피를 철철 흘려도 무릎은 안 꿇는 나라라는 사실을.”

Q 문제는 우리가 입을 경제적 피해가 더 크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번에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 저기서 싸우고 나서 경제적으로 이렇게 하니 경제 주체들도 억울해하는 것 아닌가. 결과적으로 정치·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 지금의 한·일 관계 상황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양국 간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실제 치고받는 ‘팃포탯(tit for tat·맞대응)’으로 가면 안 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만큼의 명분전을 펼치되,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 현재 ‘신뢰 위기’의 첫 단추이자 가장 큰 단추는 강제징용 문제다. 이에 대한 본질적인 노력이 시작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신뢰 회복 조치가 필요하고, 신뢰 회복 조치는 경제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징용문제를 풀겠다는 비상한 각오를 갖고 고위급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Q 이번 사태의 발단이 문재인 정부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형해화에서 출발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정부의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에도 참여했는데.

“한·일 관계는 좋아도 ‘상한가’가 있고, 나빠도 ‘하한가’가 있다. 그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고, 좋아도 역사 문제 때문에 너무 좋을 순 없고, 상한가 치자마자 바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한가는 경제나 안보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에 그걸 때리면 다시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위안부합의는 상한가를 칠 수 없는 조건에서 너무 상한가에 근접했기 때문에 급격히 하락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다.”

Q 정부가 너무 북한 문제에만 ‘올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 보면 북한에는 어떻게 관여해서 한반도를 평화로 이끌 거냐에 대해 굉장히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외교 자산이라는 건 한정돼 있고, 현명하게 배분해야 한다. 아무래도 평화의 문제가 현 정부 들어 미·북 간에 상당히 험악한 문제였으니까. 하지만 남북이 통일돼도 문제는 똑같다. 통일돼도 GDP가 2조 달러도 안 되는데, 미국은 19조 달러, 중국은 14조 달러다. 통일된다고 해도 팔자가 전혀 안 바뀐다. 그렇다면 외교적 자산을 상당 부분 북한에 써야겠지만, 동시에 미·중 경쟁 속에서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일 관계도 지금 상황이 전개되는 것으로 봐선 남북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정된 외교자산을 다 모아도 부족하니까 전 정부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편이 필요하다. 한반도에서, 혹은 한반도 남쪽에서 우리가 앞으로 두 세대에 걸친
60년 동안의 삶을 규정하는 도전과제를 식별하고 이 속에서 어떤 전략을 마련할 것이며, 이에 따라 어떻게 자원을 분배할 것인지가 된 다음에 미시적으로 남북문제는 이렇게 해결하겠다 하는 게 필요한 듯하다.”

현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여과없이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이른바 일자리 정책,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등 오늘을 위해 미래를 희생하고 성장이 도외시됐다는 안팎의 비판을 받아내면서 일선을 독려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았을 터”라면서, “자칫 혼돈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을 제어한 것은, 즉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친 이념논쟁, 정쟁(政爭)이 들어가면 안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재정 지원은 항구적으로 갈 수 없다. 생산성 상승이 동시에 수반돼야 한다” “퍼주기가 아니라 생산적·투자적 성격의 복지여야 한다” “벤처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혁신의 주체이고 정부 부처도 혁신해야 한다” 등의 발언에서 그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Q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은 그간 성과와 아쉬움이 있을 것 같은데...

“한국 경제가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정부의 전망치이자 목표치인 경제성장률 3%대가 가능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하지만 중점을 두고 있는 일자리 부문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조속히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도 크다. 한국 경제가 대통령 취임 첫해 경제성장률 3%를 달성한다면 1998년 김대중 정부 이후 처음이다. 특히 북한 핵 위협, 통상 이슈 등으로 일각에서 제기했던 10월 위기설을 넘어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고 한·중, 한·캐나다 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대외 리스크가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경제성장률 3.0%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Q 노동부문에서 유연안정성과 안정유연성이 같이 갈 수 있는 문제인가. 결국 노동 생산성 향상이 문제 아닌가.

“어느 나라든 노동의 안정성과 유연성 중에 하나만 추구 할 수는 없다. 사회적 갈등 때문에 버티지 못한다. 어느 수준에서는 서로 간에 사회적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 또 안정성과 유연성이 균형을 이루며 생산성 상승이 이뤄져야 한다.”

Q 그런 면에서 수요 확충 측면의 소득주도성장뿐만 아니라 공급부문의 성장전략으로서 혁신성장으로 정부가 좀 더 옮아갔으면 하는 기대가 많다.

“소득주도만 하고 혁신성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소득주도와 혁신성장을 같은 무게로 가야 한다고 인사청문회 때부터 얘기했다. 정부 초기에 조세와 재정정책이 중심이 되는 소득주도에 많은 초점이 맞춰졌다. 혁신성장은 재정의 뒷받침도 필요하지만 사실 규제개혁과 같이 정책과 제도 문제가 중요하다. 그래서 초반에는 눈에 띄기 어려웠다. 혁신성장은 우리 경제, 사회 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개선해 경제의 파이를 키우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기업으로 보면 벤처·창업만 혁신 주체로 보는데 기존 중소·대기업 역시 혁신의 주체다. 자율주행차, 핀테크, 스마트팜만 혁신성장이 아니라 기존 제조업, 농·수산업 등도 모두 해당한다. 사회 모든 분야가 혁신성장이 필요하다.”

Q 결국 노동시장의 안정성이 필요한 건 비정규직이고, 유연성은 정규직에 필요하다. 친(親)노동 정부가 이를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노동조합이 전체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느냐와 정규직의 과도한 안정성 등은 구조적인 문제다.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노동 안정유연성 모델의 합의를 위해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정규직을 제로(0)로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건 방향성을 강조한 것이다.
실천 가능한 대안이 아니다. 한편으론 비정규직 처우나 오히려 부가가치가 높은 비정규직 종사자에 대한 제도적 장려 같은 것도 있다. 예를 들면 파트타임 하면서 다른 일도 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것이 조화롭게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광진의 경우 치열한 공천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추미애 전 대표와 김상진교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추미애 전 대표와의 대결은 정당한 투쟁이다. 향후 총선진출을 위해 후보자간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민주정치의 기본이다. 다만 총선 후보자를 결정하는 것 소위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다. 공천 과정에서 최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권력투쟁이 과거의 형태를 답습해선 안된다. 정당의 핵심 기능인 후보자 공천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현재 지역민심은 중앙정치보다 지역정치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왜냐 하면, 20년 넘게 추미애 전 대표를 국회의원에 당선시켜 주었지만, 광진을 위해선 실제 한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식상한 정치인으로 치부하고 있는 실정에 있다.

“이데올로기 싸움할 때 아닌 이제는 경제 살려야 할 때, 지역 살리기 위해 전력 다하겠다”라고 피력한 김교수는, “광진지역민들의 삶 피폐 하는 것을 보며 지난 4년 동안 뼈아픈 시간을 보냈다.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이 경쟁하려고 해도 최소한의 삶이 보장돼야 가능한 일”이라며“이제는 경제다. 적어도 광진에서는 보수냐 진보냐의 이데올로기 싸움, 정치 싸움할 때가 아니”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번 공천은 새로운 인물로 정당한 명분과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논리력을 갖춘 자신이 적임자라며 "문재인대통령과 박원순시장, 그라고 구청장이 한팀이 되어 지역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공천 탈락 시 행보’에 대한 질문에“저는 4년 전의 경선에서도 패배하였으나 깨끗하게 승복했다. 오히려 공천자를 위해 선대위원장을 자청하여 그의 당선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공천받은 분 위해 헌신할 것이다. 떨어지면 부득부득 남아서 지역민과 함께할 것이다. 정치인은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정치하는 것 아니다. 힘이 없으면 함께 울어주고, 힘이 좀 생기면 눈물 닦아주고, 힘이 더 생기면 웃게 해주는 것이 정치인 같다. 궁핍함에 웃음을 안겨 주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조대형 기자  hanminilb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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